100%냐, 하위 30%·50%냐…벌써 2차 파라오 슬롯 대상 놓고 논쟁

이재명 "1인당 30만원" 내놓자
기재부 "피해 큰 저소득층 중심"
與 일각선 "하위 50%에 주자"

2차 긴급재난파라오 슬롯 지급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는데도 벌써부터 지원 대상과 지원 규모를 놓고 여러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차기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전 국민 100% 지급’이란 선심성 발언으로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여야 정치인들도 이를 의식하고 있어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에 기울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나라살림을 책임지는 기획재정부는 2차 긴급재난파라오 슬롯을 지급한다고 하더라도 제한적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1차 때와 달리 코로나19 피해가 큰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지급돼야 한다는 것이 재정 당국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지난 20일 국회에서 “2차 재난파라오 슬롯은 막대한 비용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 꼭 재난파라오 슬롯이 아니라 그런 효과가 있는 대책을 맞춤형으로 해야 한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파라오 슬롯이 필요한 저소득층의 범위는 ‘차상위계층’ 이하가 거론된다. 차상위계층은 소득이 중위소득의 50%에 못 미치는 가구를 말한다. 차상위계층 이하 가구는 전체 가구 수의 25% 정도다. 기재부는 올 3월 1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때도 이들 계층을 상대로 소득 파라오 슬롯을 우선 시행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일부 의원도 ‘선별적 지원’에 동의하고 있다. 진성준 의원은 22일 “2차 재난파라오 슬롯은 모든 세대에 지급하기보다 소득하위 50% 이하의 계층에 지급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신동근 의원은 “차라리 하위 50%에 두 배의 재난파라오 슬롯을 주면 골목상권 활성화에 효과를 발휘할 수 있고 불평등 완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재명 지사가 ‘100% 파라오 슬롯’을 들고나오면서 판이 흔들리고 있다. 이 지사는 21일 페이스북에 “현 단계에서는 모든 국민에게 3개월 이내 소멸하는 지역화폐로 개인당 30만원 정도를 파라오 슬롯하는 것이 적당할 것”이라고 제안했다.기재부는 2차 긴급재난파라오 슬롯 논의가 1차 때와 비슷하게 흘러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1차 긴급재난파라오 슬롯 때 기재부는 당초 ‘전 국민의 50% 지급’을 제시했지만 당정 협의과정에서 ‘전 국민의 70% 지급’으로 바뀌었다. 이는 ‘4·15 총선’을 앞두고 야당까지 전 국민 대상 지급을 주장하면서 전체 가구에 최대 100만원을 지급하는 안으로 확대됐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