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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에서 멀지 않은 이탈리아의 작은 고도(古都) 베르가모는 오래된 높은 지역과 19세기에 개발된 낮은 지역을 잇는 푸니쿨라(등산 열차)가 명물이다. 음악가로는 바로크 바이올린의 거장 피에트로 로카텔리, 오페라 작곡가 가에타노 도니체티, 오페라 지휘자 자난드레아 가바체니가 이곳 출신이다.

이탈리아에 유학했던 프랑스의 클로드 드뷔시는 이 도시 이름을 딴 ‘베르가마스크 모음곡’(1890)을 작곡했다. 네 곡으로 구성된 피아노 소품집인데, 그중 세 번째 곡 ‘달빛’은 누구나 단번에 사로잡을 만큼 신비롭고 고즈넉한 분위기의 명곡이다.2017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기도 했던 아름다운 베르가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창궐 속에 ‘죽음의 도시’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인구 대비 사망자가 너무 많아서 지역신문은 부고로 도배됐다고 한다. 언제 다시 달빛 어린 베르가모를 떠올릴 수 있으려나. 지구촌의 위기를 실감하는 순간이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