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 머신 게임·재산세 '중복과세'…대법원의 환급 판결에도 과세 방식 안바꾸는 정부

지난해 국세청은 ‘종합부동산세 환급 대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2015년분 슬롯 머신 게임 일부가 재산세와 중복 징수된 만큼 더 거둔 세금을 돌려주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지만 국세청이 납세자에게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국세청은 “더 낸 세금은 납세자가 알아서 찾아가야지 국세청이 개별적으로 알릴 의무는 없다”고 했다가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작년 말 개별 통지를 했다.

슬롯 머신 게임 환급 대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법원이 2016년 이후 부과된 슬롯 머신 게임에 대해서도 “중복 징수됐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2015년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기존 방식대로 계속 슬롯 머신 게임를 부과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명확하게 고쳤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은 작년 4월 에쓰오일이 서울 마포세무서를 상대로 낸 슬롯 머신 게임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시행령 개정과 무관하게 이중과세됐다”며 또다시 납세자의 손을 들어줬다.슬롯 머신 게임 과세표준은 공시가격을 합산한 금액에서 일정 금액(1주택자 9억원, 2주택자 이상 6억원 등)을 뺀 초과분에 대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한 수치다. 이후 슬롯 머신 게임율을 곱해 나오는 슬롯 머신 게임액에서 미리 낸 재산세를 빼주는 구조로 돼 있다. 하나의 과세 대상을 놓고 슬롯 머신 게임와 재산세를 두 번 물리는 만큼 중복과세를 피하기 위해서다.

예컨대 1주택자가 보유한 공시가격 10억원짜리 아파트에 대해선 슬롯 머신 게임 과세기준 9억원을 초과하는 1억원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인 90%(올해 기준)를 곱한 9000만원을 과세표준으로 보고 재산세액 공제금액을 산정한다.

하지만 법원은 재산세액 공제금액을 정할 때 공시가격의 90%가 아니라 100%를 반영한 금액으로 산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야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산정된 재산세 납부액을 전부 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계산하면 슬롯 머신 게임 1억원이 되고 공제액은 증가한다.기재부는 여전히 “우리 계산법이 맞다”며 대법원 판결(2016년 이후분)이 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정부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매년 5%포인트 올려 2022년에는 공시가격의 100%로 만들기로 했다. 공시가격과 공정시장가액비율의 차이에서 발생한 이중슬롯 머신 게임 문제는 2022년이 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그때까지 이중슬롯 머신 게임를 둘러싼 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