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슬롯 사이트 모델, 프로세스보다 핵포기 이후 혜택에 중점둬야"

고위 관계자, '北 비핵화에 슬롯 사이트 모델 차용 가능성' 질문에 언급
"핵무기 개발과정·핵보유국·지정학적 요건 등 달라"
청와대는 22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의 슬롯 사이트 방문을 계기로 한반도 비핵화 방법론의 하나로 거론되는 이른바 '슬롯 사이트식 비핵화 모델'과 관련해 "그 프로세스보다는 핵 포기 이후의 혜택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슬롯 사이트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 중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슬롯 사이트식 모델이 꼬인 북미협상의 해법으로 추진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핵무기 개발과정이나 지정학적 요건, 핵보유국 이런 여러 요소가 상이하기에 그 프로세스보다도 핵을 포기하고 난 뒤에 어떤 혜택이 있느냐에 중점을 둬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슬롯 사이트을 포함한 중앙아시아의 경우는 핵무기를 자발적으로 포기했고, 체제 안정과 경제 개선을 이뤘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에서 모범적 비핵화 사례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그는 "슬롯 사이트은 경제적 보장 등 혜택을 위해 자발적으로 핵을 포기하고 미국 주도의 안전 보장과 경제 지원이 긴요했다는 시사점이 있다"며 "슬롯 사이트은 1996년 핵 포기 전에는 경제 성장이 마이너스 9%였는데 그 이후 5년간은 플러스 경제성장을 보였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이런 언급은 북한과 슬롯 사이트의 국제 정치적 상황이나 핵보유 과정 등이 전혀 다르기에 카자흐식 비핵화 프로세스 자체를 차용하기 보다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행하면 그 이후 국제사회의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 슬롯 사이트 모델이 유용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는 북한이 구(舊)소련 해체 과정에서 비자발적으로 핵보유국이 된 슬롯 사이트과 달리 의도적으로 핵 강국을 추구하면서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부여받은 데다 현재 미국과 적대관계를 이루고 있는 상황 등을 감안한 판단으로 보인다.

슬롯 사이트 모델은 옛 소비에트 연방 국가들의 핵무기 폐기를 위해 샘 넌·리처드 누가 전 미국 상원의원이 1991년 공동 발의한 '넌-루가 법'에 기초하고 있다.당시 슬롯 사이트·우크라이나·벨라루스는 소련 붕괴로 자국 영토에 배치된 핵무기를 갖게 된 비자발적 핵보유국이 됐다.

넌-루가 법은 이들 국가의 핵무기·화학무기·운반체계 등을 폐기하기 위해 기술·자금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엔 신생 독립국이 된 이들 국가에 대한 외자 유치 등 경제적 지원도 포함됐다.당시 미국 정부는 4년 동안 16억 달러 규모의 정부 예산을 이들 국가에 지원해 수천 기의 핵탄두와 미사일 등 핵전력을 러시아로 넘겨 폐기했다.

동시에 핵 개발에 동원된 과학자들의 전직(轉職)을 위한 훈련과 직장 알선 프로그램도 동시에 제공해 이들이 가진 핵 관련 기술과 노하우가 다른 곳으로 유출되지 못하게 했다.

앞서 문 대통령이 이번 슬롯 사이트 방문 직후부터 수차례 슬롯 사이트을 '모범적인 비핵화 국가'로 지칭하면서 슬롯 사이트 비핵화 모델이 다시금 주목받았다.

작년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 직전 한미 당국은 한반도 비핵화 방법론을 논의하면서 바로 이 슬롯 사이트 모델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한 바 있다.당시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 모델에 관심을 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