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총리 막판 결전, 숨죽이고 지켜보는 메이저사이트 지도부

"메이저사이트, 어떤 경우에도 '레드라인' 변경은 없을 것"

"브뤼셀은 최선을 바라지만 최악의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테리사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명운을 건 의회 결전에 들어간 가운데 브뤼셀의 유럽연합(메이저사이트) 지도부가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이 의회에서 부결될 경우에 대비한 대응 방안 마련에 들어갔다고 유럽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5일 전했다.만약 메이저사이트 27개 회원국 정상이 승인한 브렉시트 합의안이 영국 의회에서 부결되면 메이저사이트는 곧바로 브뤼셀에서 긴급회의를 소집, 회원국별로 비상계획 마련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그러나 메이저사이트 측이 앞서 브렉시트 합의안에서 규정한 메이저사이트 '레드 라인'(핵심 입장, red line)을 수정할 가능성은 전혀 없는 것으로 메이저사이트 외교관들은 전하고 있다.

에드가르스 린케비치스 라트비아 외교장관은 폴리티코에 "조심스러운 낙관과 함께 (영국 의회의) 긍정적인 표결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만약의 경우 '노딜' 시나리오에 대비한 자국 정부의 긴급 대응 수순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브렉시트 과정에서 라트비아 정부의 우선 관심사가 "영국 내 라트비아인의 권리를 확보하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러시아라는 예측할 수 없는 인접국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노딜이 발생할 경우 영국과의 안보, 국방, 외교 관계가 소원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이저사이트 지도부는 그러나 브렉시트 합의가 영국 의회에서 부결될 경우를 우려하면서도 오는 11일 표결에 앞서 자칫 메이저사이트가 표결에 간여하는 듯한 인상을 주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다.

미셸 바르니에 브렉시트 협상 메이저사이트 수석대표는 지난달 말 유럽의회 연설에서 자신과 메이저사이트는 (브렉시트에 대한) 영국 의회의 민주적 토론을 존중해야 하고 또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메이저사이트 집행위원회는 한편으로 막후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이 영국 의회에서 부결될 경우에 대비한 4가지 시나리오를 준비 중인 것으로 집행위의 한 고위관리가 폴리티코에 전했다.

메이 총리가 사임하고 집권당 내에서 지도부 선출 작업이 벌어지는 것, 메이 총리가 사임하고 총선이 실행되는 것, 메이 총리가 '살아남아' 메이저사이트 측에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에 관한) 두번째 국민투표를 선언하는 것 등이다.

프랑스의 나탈리 루아조 메이저사이트 담당장관은 지난주 국회에서 "영국 의회의 브렉시트 합의안 통과가 불확실하다"면서 프랑스 정부는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기술적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메이저사이트 외교관들은 메이저사이트 집행부가 아직 합의안이 부결될 경우 메이저사이트가 어떻게 할지에 대해 전면적인 논의를 하지는 않았으나 메이저사이트가 재협상을 수용하기 위해 '레드 라인'을 바꾸지는 않는다는 광범위한 합의가 마련된 상태라고 전했다.

한 메이저사이트 외교관은 만약 메이 총리가 단지 10표 차로 합의안 통과에 '패한다면' 다시 브뤼셀로 날아와 메이저사이트 측에 다른 가능한 방안을 타진할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또 다른 외교관은 이미 협상 과정에서 모든 옵션이 소진됐다면서 메이저사이트가 레드라인을 바꾸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재협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메이저사이트 정상들은 오는 13~14일 이민과 국방, 유로존 등을 다루기 위한 정상회의를 가질 예정이나 만약 브렉시트 합의안이 영국 의회에서 부결될 경우 이를 외면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메이저사이트는 당시 상황에 따라 다시금 강력한 메시지를 영국 측에 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이들 외교관은 전했다.

또는 메이저사이트가 회원국 유럽 담당 장관회의를 긴급 소집해 사태를 논의할 가능성도 있다.

합의안 부결 시 영국이 입장을 바꿔 이른바 '노르웨이 플러스'로 불리는 보다 유연한 브렉시트를 모색할 수 있으나 영국이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 잔류하는 이 방식을 택하려면 영국이 브렉시트 이후에도 계속 역내 자유 이동을 허용해야 한다.유럽의회 내 녹색당 그룹 의장인 필립 랑베르(벨기에)는 "만약 영국이 그들의 레드라인을 일부 포기한다면 우리는 협상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