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슬롯 꽁 머니

흔히 가을산의 정취를 만산홍엽(滿山紅葉)이라 한다. 온 산 가득 슬롯 꽁 머니이 불타듯 붉게 물들었다는 뜻이다. 천 가지의 울긋불긋한 꽃이 만 가지로 붉게 피었다는 봄철의 천자만홍(千紫萬紅)과 대비되는 말이다. 시성(詩聖) 두보는 '산행'이라는 시에서 "수레를 멈추고 석양에 비치는 슬롯 꽁 머니섶에 앉아 보니/서리맞은 슬롯 꽁 머니잎이 한창 때 봄꽃보다 더욱 붉구나"라고 가을산을 예찬했다. 조정래는 '태백산맥'에서 "샛빨간 슬롯 꽁 머니들은 계곡의 물까지 붉게 물들였다. 주황빛이나 주홍빛의 슬롯 꽁 머니들 사이에서 핏빛 선연한 그 슬롯 꽁 머니들은 수탉의 붉은 볏처럼 싱싱하게 돋아 보였다"며 지리산 피아골의 슬롯 꽁 머니절경을 묘사했다. 조선시대 유학자 조식이 "피아골의 슬롯 꽁 머니을 보지 않고서는 슬롯 꽁 머니을 보았다고 말하지 말라"고 했던 바로 그곳이다. 시인 김영랑은 "장광에 골불은 감잎 날아 오아/누이는 놀란듯이 치어다 보며/오~메 슬롯 꽁 머니들겄네"라고 노래했고,박세당은 '산림경제(山林經濟)'에서 "가을은 모든 산에 슬롯 꽁 머니이 눈부시고 밤에는 달 밝고 벌레소리 흥겨우니 어찌 즐겁지 않겠느냐"고 슬롯 꽁 머니이 짙게 깔린 가을을 노래했다. 보기만 해도,걷기만 해도 즐거운 슬롯 꽁 머니철이 돌아왔다. 설악산 대청봉에서 시작된 슬롯 꽁 머니은 전국을 서서히 붉게 물들이는 중이다. 이번 주말이면 설악산이 절정을 이루고 점차 오대산 소요산 월악산 소백산 등지로 남하하면서 다음 달 초엔 내장산에서 붉은 색의 향연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 슬롯 꽁 머니은 그 빛이 곱고 영롱해 세계적으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오죽하면 "산이 붉게 불탄다"해서 금강산의 가을 이름을 '풍악산'이라 했을까. 올해는 유난히 슬롯 꽁 머니잎이 곱다는데 큰 맘 먹고 슬롯 꽁 머니놀이 한번 나서 보기를 권하고 싶다. 노을처럼 화려한 만산홍엽을 보고 있노라면 세속의 찌든 때도 벗겨질 것 같아서다. 예쁜 슬롯 꽁 머니 한 잎 담아 그동안 잊고 지냈던 지인들에게 편지 한 줄 써 보내는 것도 의미가 있을 성 싶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