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제 위반] 슬롯사이트들 "비상" .. '비자금' 등 파문 초래

이우근신한은행융자지원부장등이 예금자비밀보호를 규정한 금융실명제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은행들이 대책마련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러나 일선 점포에 "예금주본인의 요구가 없을 경우엔 절대 예금거래상황을 알려주지 말라"고 긴급 지시하거나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명제교육을 강화하는것 외엔 뚜렷한 대책이 없는 형편이다. 금융계에선 이부장이나 김신섭신한은행수지지점차장과 같이 예금자비밀보호규정을 위반하는 사례는 수없이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즉 특정계좌의 실명확인여부 특정계좌의 잔액현황 특정계좌의 예금조회표출력등은 일선 점포에서 수시로 일어나고 있는 관행이라는 것이다. 단지 사건화되지 않아 표면에 드러나지 않을뿐이다. 실제 슬롯사이트들은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자기은행 거래계좌의 거래현황을 파악할수 있다. 예금주의 주민등록번호나 계좌번호만 단말기에 입력하면 거래내역과 잔액이 튀어나온다. 물론 하나은행등은 예금주가 비밀번호를 입력해야만 거래현황을 알수 있는 "비밀보장장치"를 강구해 두고는 있다. 아무리 그래도 점포장만은 비밀번호없이도 거래상황을 알수 있다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슬롯사이트들은 이렇게 쉽게 입수할수 있는 거래현황을 영업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금을 유치하기 위해서라면 지옥도 마다하지 않는게 슬롯사이트들이다. 따라서 단골고객이나 거액예금주들이 특정인의 거래상황을 요구하면 이에 응할수 밖에 없다. 서소문지점에 근무할때의 단골고객인 하종욱씨에게 예금조회표를 출력해준 신한은행수지지점의 김차장도 이 경우에 속한다. 슬롯사이트들의 이런 약점을 이용,"큰손"들은 거래 업체의 재무상황이나 채무자의 변상능력을 미리미리 파악하고 있다는게 금융계의 정설이다. 한 시중은행영업점대리는 "한푼의 예금이라도 아쉬운게 슬롯사이트이다. 점포실적에 절대적으로 기여하는 거액예금주들이 특정인의 예금거래상황을 알고 싶어하면 설혹 실명제위반인줄 빤히 알고 있다 하더라도 알려줄 도리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영업목적외에도 슬롯사이트들이 예금자비밀보호를 위반하는 경우는 허다하다. 친.인척이나 평소 알고 지내는 사람이 특정인의 거래현황을 요청해오면 별 의식없이 그 내용을 알려주곤 한다. 사석에서 무의식적으로 거래내용을 발설하기도 한다. 점포장이나 섭외전담반등은 굳이 단말기를 두드려보지 않고도 주요 고객의 거래현황을 외우다시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슬롯사이트 자신을 위해서 고객의 거래현황을 사용하는 경우도 가끔은 있다. 소송에서 사용할 증빙자료로 예금주동의없이 예금거래정보를 사용했다가 은감원에 의해 실명제위반으로 기관문책을 당한 조흥은행이 대표적이다. 은행관계자들은 이런 광범위한 실명제위반이 대부분 실명제위반인줄도 모르고 이뤄지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한 시중은행임원은 "예금자비밀을 보호해야한다는 의무사항을 모르는 슬롯사이트은 없다. 그러나 잔액을 알려주거나 단순한 거래현황을 알려주는게 실명제위반이라고 인식하는 직원은 드물다"고 말했다. 따라서 예금자비밀을 보호하기위해선 슬롯사이트들의 교육이 우선 시급하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와함께 예금자의 비밀번호가 없으면 아예 거래현황을 알수 없도록 은행 자체적인 "비밀보호장치"를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는게 중론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2일자).